(사진 : 임효진

골전도 재생 목록

발행일 : 2023.11.03.

『골전도 재생 목록』은 수영을 다시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내용과 어울리는 노래 한 곡을 골라 소개하는 방식의 연재를 꾸준히 이어가려 했으나 계획과 달리 한 달에 한 편, 세 달에 한편으로 미루다 여덟 편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했던 글을 모아 무가지로 제작하여 UE15 현장에서 배포하였습니다.


목차

회갑연
서버 시간
넥, 백, 컷
준비 운동
이렇게까지 해야 될 일
세뇌
환불
지속 가능성


📃 힘들 땐 낮이건 밤이건 잠으로 도망가던 사람이 물에 드러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에일리처럼 완전히 달라지긴 좀 빡세지만 더듬더듬 조금씩 방향을 바꿔보는 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는 이 여정에 부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 (회갑연 中)

📃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냉동 생지의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바로 돌려서 나 자신에게 단단히 빡쳐버린 최근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조금 난데없는 비유를 하자면 오븐의 예열, 생지의 해동처럼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까맣고 단단한 크로아상 화석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서버 시간 中)

📃 그렇다. 수영장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지 나를 가로막은 가장 크고 오래된 장벽은 수영장과 집 사이의 거리나 멋지게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들여야 할 비용과 노력 혹은 시간, 제거해야 할 체모 따위가 아니라 가슴이었다. (넥, 백, 컷 中)

📃 몸 상태가 아니라 기분의 문제일 경우 샤워장에서 씻는 동안 반쯤 나아지고, 준비 운동이 끝날 때쯤이면 거의 다 회복이 된다. 회복이 안 될 수가 없잖아, 계속 책상에 쭈그려 앉아만 있다가 팔다리를 쭉쭉 내뻗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배경음악으로 포켓몬스터 주제곡이 흐르는데. (준비 운동 中)

📃 일은 여러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일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돈을 버는 일과 돈을 쓰는 일. 전자(그중에서도 꾸준하고 규모가 있어 제법 그럴싸해 보이는 류)를 처음 하게 되었을 때 내가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이렇게까지?’였다. 이렇게까지 웃어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참아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술을 마셔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늦게 가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자세히 봐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의심해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알려 줘야 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될 일 中)

📃 3개월 남짓했던 나의 신앙생활은 ‘겠냐?’의 연속이었다. 입으로는 아멘을 곧잘 따라 했지만 속에서는 ‘그게 말이 되겠냐?’ 혹은 ‘너 같으면 믿겠나?’ 같은 말들이 메아리쳤다. (세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