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전소영)
홍콩, 11개의 선 - 도시, 선 02 

ISBN : 9791189337070
발행일 : 2018.10.20.

'도시, 선'은 도시별 지하철 탑승기 시리즈이다. 모험과 도전 없이 정해진 길을 지나는 오락의 기록이자, 기점에서 종점까지 관찰한 것들을 얼마나 빠짐없이 수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의 보고이다. 지하철이 오가는 곳으로 '도시, 선'은 이어진다. 홍콩의 지하철 탑승기 <홍콩, 11개의 선>이 '도시, 선' 2호로 출간되었다. 2018년 4월, 홍콩 반환이라는 걸 차마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때에 개통된 동철선부터 우산혁명보다 늦게 개통된 남공도선까지 총 11개 노선에서 관찰하고 기록한 바를 담았다.

머리말
Airport Express Line
Tung Chung Line
Disneyland Resort Line
Tseun Wan Line
South Island Line
Island Line
Tseung Kwan O Line
Kwun Tong Line
East Rail Line
Ma On Shan Line
West Rail Line

📃 지하철을 타면서 본 것과 생각한 것으로 본문을 구성하고, 그 밖의 기타 등등은 주로 보충하였다. 주해는 각 장의 끝에 달았으니, 독자는 본문을 먼저 다 읽고 주해를 나중에 몰아서 읽는 식으로 페이지 순서에 따라 읽거나, 본문에 주가 나올 때마다 주해를 찾아보는 식으로 책의 앞뒤를 오가며 읽는 방식 가운데 선택해야 할 것이다. (p. 15)

📃 뭐든지 빠르고 조용히 처리되는 열차구나, 생각할 때 물이 나왔다. (중략) 공항역에서부터 계속 물이 보이긴 했으나 습관적으로 당연히 강이라고 여기다가 컨테이너 단지에 이르러서야 내가 도착한 이 도시는 섬이고 지금까지 지나온 그것에 바다인 걸 깨달았다. (p. 25)

📃 지상으로 올라온 열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중에 에어컨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나오는 건지 객실 내 바람이 갑자기 세져서 이러다 폭발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 바다가 나왔다. 속으로 '바다다!'라고 외친 후 한참 동안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을 만큼 오래도록 바다였다. (pp. 41-42)

📃 잔뜩 신이 난 아이들을 안고 있거나, 그들이 앉아있는 유모차를 끌고 탄 부모들은 조금 피로해보였다. 딱 저만큼 젊고 어렸을 엄마아빠와 나를, 최선을 다해 속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속았을 엄마아빠와 나를 떠올렸다. (p. 55)

📃 냉방을 얼마나 심하게 하는지 플랫폼 공기가 냉랭했다. 열차가 지나는 벽에 대형 광고판이 연달아 붙어있었다.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화장품 광고의 모델이 한국 연예인이어서 오들오들 떠는 와중에 반가웠다. (p. 77)

📃 열차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고, 이름만 들어도 왠지 아련해지는 감성로드역에선 아무도 타거나 내리지 않았다. 아까보다 하늘이 어두웠다. 내가 남자의 화면을 슬쩍 슬쩍 보는 것처럼, 남자도 내 화면을 슬쩍 슬쩍 봤다. 내 화면에 한글이 가득한 걸 보고 이상하게 여기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무 관심도 없어 보였다. (pp. 135-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