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양해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걱정하고 또 그 모든 것을 응원했다. 동시에 양해중의 19가지 그림자들 그리고 이 그림자들의 그림자들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걱정하고, 미워하고, 경멸했다. 주인공인 양해중도 모자라 그림자들의 그림자들에게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쏟아부은 이유는 다 해중이가 걱정되어서였다. 다 해중이 잘 되라고. 심지어 추천사를 구성하면서 해중을 위한 🎼 트🎵도 만들었다. 그런데 책에 실린 마지막 부록을 읽고, 정말이지 내가 걱정도 팔자였구나 싶었다. 양해중의 일기를 참고하건대, 그는 털어낼 수 있는 문제를 그때그때 잘 털어내면서 쓸데없는 문제에 짓눌리지 않는 타입의 인물이었다. 늘 양해를 구한다고 하더니 예상보다 훨씬 쿨한 사람이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반전 때문에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던 차,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안전한 걱정의 롤러코스터를 신나게 즐겼다는 생각이 들어 배신감을 거두기로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뒤 땅에 발을 딛고 나면 약간의 현기증과 후들거림이 따라온다. 그리곤 한 번 더 탈까 싶어 줄이 얼마나 긴지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인가? 임소라 작가의 글에 또 다시 줄을 서 본다.


추가1: 참고로 임소라월드 혹은 임소라랜드에서 가장 짧고 굵은 압박감을 주는 기구는 거울 너머 시리즈 6권 <친구추가>다. 이 책을 읽고나서 기타노 다케시를 일본의 임소라라 부르거나 임소라를 한국의 기타노 다케시라 부르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곳의 모노레일은 거울너머 시리즈 3권 <파생의 읽기>이며, 바이킹은 <시간이 많아서>이다. 테마파크에서 빠질 수 없는 퍼레이드는 ‘도시, 선’ 시리즈인데, 이 글이 퍼레이드 자체라기보단 퍼레이드 백스테이지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워 보인다. 아마도 ‘환상과 모험'의 세계만을 연출하기엔 세상에 너무 많은 그림자가 있어서일까? 다시 돌아와서, 이번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의 19가지 그림자>는 보다 길고 예측불가능한 코스로 설계되어있는 롤러코스터에 해당된다. 그다음은 무엇이 될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매우 안전하게 독자를 걱정도 팔자인 사람으로 몰아넣었다가, 모든 것이 그저 한 편의 이야기였다며 마지막 페이지 쯤에 가선 놀이공원의 직원들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줄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귀신의 집'을 하나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거울 너머 시리즈 5권 <대형무덤>이 있지만 이 책은 귀신의 집이라기 보단 인디애나 존스식의 기행에 가깝다. 임소라월드 혹은 임소라랜드의 ‘귀신의 집'은 하나도 안 무서운 이야기로 또 나를 얼마나 겁에 질리게 할까?


추가2: 해중의 일기를 읽고 내가 안도감도 실망도 아닌 배신감을 느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해중을 걱정하고 응원한다면서, 생각보다 평온한 해중의 안녕에 잠깐이나마 배신감을 느꼈다니.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 나는 그리 훌륭한 사람이 되질 못한다. 그러나 이건 내가 속이 뒤틀렸다기보단 (사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도 내가 근심 걱정 및 강박을 짊어지고 사는 타입이라 내가 사는 방식대로 해중에게 이입했기 때문일 거(라고 믿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애먼 데서 ‘신점 보고 거금을 송금하는’ 바보 같은 짓 하지 말고, 이 책을 읽고 본인이 양해중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해중에게 뒤끝있게 굴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다 해중이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