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때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이야기가 임소라 작가에 의해 4개월간의 사전 연재로 완결이 되고, 하우위아 출판에서ISBN 979-11-89337-09-4 02810의 번호를 달고서 191장의 종이 묶음의 책으로 출간된 2020년의 가을이었다. 경찰청에서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 상반기 하루 평균보다 47.5%나 많은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 추석보다는 12.7%가 줄었다고 발표한 이때, 서울 연희동에서 추석 다음날 위층의 부부 싸움때문에 괜히 덩달아 긴장을 한 채로 잠을 설친 일을 양해중 씨의 20번째 그림자가 된 ‘재영 책수선’ 사장 재영 씨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아니, 서로 속고 도망가고 묻고 모르는 척 하고 잊고 고발하는 우리네 삶의 속 터지는 사건들 속에서 당신도 함께 살펴보자. 당신은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몇 번째 그림자인가?



2.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를 읽는다는 건 우리 모두 양해중 씨의 20번째, 혹은 25835000번째 그림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책 속에 나오는19개의 그림자는 결코 우리와 떨어진 관계들이 아니다. 그건 나의 그림자이거나 내 친구, 또는 가족의 그림자나 다름이 없다. 특유의 건조하고 재빠른 농담을 이용해 사회에서, 우정에서, 애정에서, 가족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속이 터지고 불타오르고 여성들의 입장들을 살펴보고 있는 임소라 작가는 마치 양해중 씨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만 같다. 당신은 양해중 씨의 몇 번째 그림자이냐고. 당신의 그림자는 오늘 하루 무사히 어둠에 사라졌냐고. 안녕 하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