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소라 작가의 팬이다. 파장이 맞는 작품을 읽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데 임소라 작가의 책을 읽으면 그랬다. (혹시 도서관람을 아직 읽지 않은 분이 계신다면 꼭 좀 읽어보시길 바란다)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를 읽었다. 좋을 줄은 알았지만 역시 좋았다. 생각보다 더 좋았다. 재미있었고, 날카로웠고, 따뜻했고, 군더더기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파도를 계속 맞는 일 같다. 철썩철썩 파도는 잘도 친다. 다양한 각도에서 쉴 새 없이 친다. 남자친구는 쓰레기, 직장은 정글, 유리천장, 몰카의 위협, 성병과 임신의 위협, 어찌어찌 결혼하면 시월드의 위협, 딸의 의무감, 가는 곳마다 수난이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지. 서로 돕고 살아남아야지. 그래서 나는 과산화수소수 장면이 참 좋았다. 빌어먹을 파도가 계속 쳐도, 갑자기 생리가 터져서 새어도, 누군가가 헐레벌떡 과산화수소수를 사다 줄지도 모른다고, 나도 사다 주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