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은 불필요하지만, ‘여자 가족’ 혹은 ‘여자 친구’ 하물며 ‘여자 지인’의 얼굴을 각종 폭력과 차별과 편견과 희롱의 피해자 자리에 놓고 상상해보는 일은 때로 유의미할지도 모른다. 그게 피해자가 ‘칠칠맞’거나 ‘헤프’거나 ‘굼떠’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상상할 여력이, 생각보다 이 사회에는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뉴스는 한 줄의 사건 개요, 한 단락의 판결문 이외에 ‘그 이후’의 삶과 ‘그 이전’의 사연에 대해 구구절절 덧붙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 행간을 채워줄 소설의 형식이 필요하고, 그래서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는 쓰여져야만 했을 것이다. 양해중과 열아홉 명의 여성들 중 당신 주변의 여성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결코 ‘피해자’로만 서술할 수 없는 이 여성들이 서로 보살피고 때로는 실수하고 곧 반성하고 다시 깨우치고 끝내는 연대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나는 힘을 얻고, 희망을 본다. 물론 뉴스보다 100배쯤은 재밌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