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타투


타투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 지 벌써 3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각종 SNS로 마음에 드는 타투이스트를 팔로우하고,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후기와 팁을 캐물으며 어느 부위에 어떤 타투를 새겨야 가장 오랫동안 만족할 수 있을지 수없이 고민했다. 왜 사람들이 타투는 너무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한다고 하는지 나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최근엔 고민의 범주가 좁혀졌다. 몸의 어느 위치에 어떤 성격의 타투를 해야 할지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나의 첫 타투가 새겨질 곳은 팔오금* 바로 아래, 그러니까 팔의 비교적 흰 쪽이 위를 향할 때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곳에 새겨질 타투는 반드시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하지만 연약하지 않은 모습이어야 한다. 이 타투는 내가 불합리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지나치고 싶은 슬픔을 똑바로 보아야 할 때, 환멸의 세상 속에서 일상을 유지해야 할 때 내게 힘을 줄 용기 타투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며 내겐 힘이 되어주는 작은 표식 하나 정도는 몸에 새겨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소라 작가의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는 아직 용기 타투가 몸에 새겨지기 전 나에게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함께 잘 살아가 보자”고 말해주는 또 다른 힘 다지기의 모습이다. 책을 읽으며 해중은, 경주는, 꽃님은, 내현은 어떤 용기를 자신의 일상에 새기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처럼 용기 타투를 했을까, 서로를 만났을까, 엄마에게 전화했을까, 밤새 책을 읽었을까 상상하다 문득 그들의 세상엔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철렁했다. 그곳에도 임소라 작가가 있어야 할 텐데…, 꼭.







* 아래 팔과 위팔을 이어주는 뼈마디의 안쪽으로, 팔꿈치의 반대편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