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라 작가는 관찰자다. 그녀의 이전 작품들이 내 이야기인 듯 남의 이야기를 모은 관찰 일지였다면, 그녀의 소설인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는 남의 이야기인 듯 내 이야기이다. “그때 ○○○ 기억나?”라며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남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서 내가”로 이어지면서 결국 내 이야기가 된다.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는 독자에게 일어난 일들과 일어날 법한 일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우리가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직면하게 되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19개의 이야기는 범죄 수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해자와 용의자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붉은 줄을 이어놓은,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왜 해중은 양해를 구하지? 그녀의 19가지 업보가 뭐지? 그리고 왜 하필 ‘언제나’이지? 이런 범죄 수사물은 때론 특별한 이유 없이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로 결말이 나는 경우가 있다. 해중도 그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양해중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 너무 억울하다.
📝유주연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