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책방을 하면서 매번 스스로 속고 마는 사실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잘 팔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책을 읽다 드물게 찌르르하고 감전을 일으키는 작품을 만난다. 나는 부르르 떨며 “이 책은 적어도 백 권은 팔아야 해”하고 불타오른다. 쇼윈도와 매대의 가장 좋은 위치에 책을 진열한다. 손님이 들어온다. 추천해달라고 가볍게 물어오는 손님에게 궁서체의 눈빛과 목소리로 이 책의 좋음을 쏟아낸다. 하루 내내 열 권을 파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은 채, 포항 효자동에서 나의 취향은 마이너 중에 대 마이너라는 것도 잊은 채...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임소라의 신간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된다.
당연히 읽을 거니까 일단 모임용으로 급한 책부터 해치우고 늘 한 박자 뒤에 펼치게 되는 그의 책에서 나는 늘 느낌표 세 개쯤은 필요한 ‘새로움!!!’을 발견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일인데 그의 초창기 작인 『똥5줌』 시절부터 이 새로움은 늘 갱신되어 왔기 때문이다. 재치 있음, 웃김의 인상으로 사귄 임소라의 세계가 『시간이 많아서』, 『한숨의 기술』 시절 수제본으로 상징되는 짠 내의 시간을 거쳐 ‘거울 너머’ 시리즈로 실험과 훈련, 도약을 동시에 해내는가 싶더니 ‘도시, 선’ 시리즈를 지나 드디어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에 이르도록 새로움의 느낌표는 계속되어왔다. 그 사이 임소라는 에세이, 소설, 희곡 등 장르를 오가고 각주, 부록, 인터뷰 등 주제에 꼭 맞는 글쓰기의 형식과 구성을 찾아내는 명민한 작가로 성장했다.
양해중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을 등장시키면서도 매회 그 인물들이 공유하는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는 두 개의 실제 신문 기사를 QR 코드로 삽입한다든지, 각종 정부 발표나 통계자료 같은 팩트를 활용하는 시도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는 다른 느낌으로 양해중 씨와 그의 그림자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불러낸다. 나는 마치 부감으로 양해중 씨와 그림자들이 살아가는 세상, 결국 내가 독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을 항공 샷으로 촬영하듯이. 셀카 말고 항공 샷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하면 찍을 때는 몰랐던 사물과 장면들이 프레임 안에 의외로 많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듯이 말이다. 그가 『비활성화』, 『수신확인』, 『친구추가』 세 권의 픽션에서 탁월하게 해낸 소셜미디어와 카톡이 뒤엉킨 21세기 우리의 일상과 관계 맺기의 소설적 구현은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에서 한층 노련해진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적어도 백 권은 팔아야 해. 나는 다시 한번 불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