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전소영)
시카고, 8개의 선 - 도시, 선 04 

ISBN : 9791189337063
발행일 : 2019.11.15.

도시별 지하철 탑승기 시리즈 '도시, 선' 4권. 2019년 3월, 국제선 위주의 오헤어 공항과 연결된 블루 라인에서 국내선 위주의 미드웨이 공항과 연결된 오렌지 라인까지, 시카고의 지하철 8개의 노선에서 보고 느낀 바를 담았다. 8개 노선의 탑승 후기를 몇 달에 걸쳐 작성하면서 변화를 거듭한 본문 작성의 규칙을 '역명은 알파벳으로 쓸 것, 안내 방송이나 엿들은 남의 대화 등 들리는 말은 들린 대로 쓸 것,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는 '사람'으로 통일하되 예외를 둘 것, 열차 밖의 시간은 소비 내역으로 기록할 것, 한계를 인정할 것'이라는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머리말
Blue Line
Yellow Line
Purple Line
Red Line
Green Line
Brown Line
Pink Line
Orange Line

📃 이미 일어난 일에 가정을 씌우는 건 중독성이 강하다. 상상 속에 또 다른 나를 만들어서 외롭고 별 볼 일 없는 현실을 견딘다. (중략) 대부분의 경우 외모나 경제적 상황, 능력 등이 가정의 대상이 되었으나 이 책의 취재차 방문한 시카고에서는 인종과 언어, 성별이 추가되었다. (p. 11)

📃 그녀가 객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누구에게랄 것 없이, 반쯤은 허공에 대고 이거 O'Hare 가냐고 물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다운타운 가는 거라고 알려줬다. 잘못 탄 것을 알게 된 사람이 어떡하냐는 의미로 추정되는 말을 두어마디 뱉은 후에 웃었다. (중략) 나중에 공항 갈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플랫폼의 열차 방향을 잘 확인해야겠다고, 혹시나 잘못 타는 경우 여기 사는 사람들도 하는 실수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pp. 22-23)

📃 스코키는 새 이름일까, 플랫폼에서 계속 새 소리가 난다. 열차가 선로 끝에 들어오면서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열차 앞칸의 형광 주황색 조끼를 입은 기관사는 열린 창문에 상체를 반쯤 내밀고 서있었다.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몸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위험하다기보단 심심해 보였다. (p. 41)

📃 다음 역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아니, 그래. 아니~ 그래…. 아니? 그래!'라고 속으로 말장난을 했다. 놀이터가 나왔다가 금방 Noyes에 도착했다. (p. 44)

📃 이어폰을 착용하지도 않은 그는 자신의 흥에 취해있다. 일종의 공연일까, 이제 막 출발하기 시작한 열차의 소음을 MR처럼 깔고 그의 공연이 한층 본격적이어졌다. '컴백!'과 '베이베…'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인데 곡조가 구성진 것이 마치 민요 같다. (p. 49) 

📃 같은 객차 안에 탑승해있는 사람들의 피부색을 살폈다. 블루와 레드라인의 종점 부근처럼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다양했다. 물론 그 와중에 동양인은 없다. 아닌가, 저쪽 끝에 앉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동양인 같다. 여기 와서 동양인을 얼마나 만났나 꼽아보다가 말았다. (p. 69)

📃 우산 쓰고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 보였다. 비올 때 우산 쓰는 것을 약간 유난처럼 여기는 분위기일까 생각했는데 이따 내려서 직접 맞아보니 아니었다. 유난이라면 이들이 몸을 비에 유난스럽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시는 데에 유난이었다. (p.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