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전소영)
서울, 9개의 선 - 도시, 선 01 

ISBN : 9791196010782
발행일 : 2018.06.10.

'도시, 선'은 도시별 지하철 탑승기 시리즈이다. 모험과 도전 없이 정해진 길을 지나는 오락의 기록이자, 기점에서 종점까지 관찰한 것들을 얼마나 빠짐없이 수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의 보고이다. 지하철이 오가는 곳으로 '도시, 선'은 이어진다. 서울의 지하철 탑승기 <서울, 9개의 선>이 '도시, 선' 1호로 출간되었다. 2018년 2월부터 3월 사이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서울 안팎을 오가는 9개의 노선 안에서 보고 느낀 바를 담았다.

머리말
1호선 : 소요산-광명
2호선 : 성수-성수
3호선 : 대화-오금
8호선 : 모란-암사
5호선 : 상일동-방화
9호선 : 개화-종합운동장
6호선 : 응암-봉화산
7호선 : 장암-부평구청
4호선 : 오이도-당고개

📃 이 책은 서울의 지하철 탑승기이다. 멀미도 하지 않을뿐더러 행여 내 목적지를 언짢게 여기지 않을까 기사님의 눈치를 보거나 혹시 깜빡하고 문을 안 열어주셔서 목청껏 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이 타고 싶은 곳에서 타고 내리고 싶은 역에서 내리면 그만인 지하철을, 운행을 시작하는 곳부터 종료하는 곳까지 타본 이야기이다. (p. 11)

📃 ‘그 형은 어때?’ ‘쓰레기지.’ ‘○○형은?’ ‘그 형은 괜찮은 것 같아, 근데 뭐, 다 똑같아.’
인간 다 똑같다는 걸 스물*에 벌써 간파했다니 대단하다 싶었던 청년은 다시 치킨 얘기를 꺼냈다. (p. 22)

📃 안경을 안 껴서 이유를 모르지만 누군가 안경을 이마에 얹은 걸 볼 때마다 뭐랄까, 눈이 네 개 같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 쾌적함 속에서 김이 서린 건 아닐 테고, 뭔가 집중할 때 꼭 그러던데 잘 보려고 쓴 안경을 굳이 눈 위로 제거하는 이유가 뭘까. (p. 39)

📃 두 연인은 마주 보고 안았다가, 한 사람이 뒤로 돌아 백허그 자세로 있다가, 또 다른 사람이 뒤로 돌아 반대 방향으로 백허그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한 몸을 이루었고 할아버지가 보든 말든 무척 행복해 보였다. (p. 48)

📃 대화라는 기점이 대과거라면 오금이라는 종점은 과거였다. 과거 이전의 사실로부터 이제 막 과거로 분류된 기억까지, 3호선이 통째로 원치 않는 시간 여행 패키지였던 것이다. (p. 72)

📃 이번 역은 발산역인지 수렴역인지 너희 알 바 아니라는 식의 안내 방송 후에 따라 나온 2번 출구의 생생통증병원 광고는 또 음질이 깨끗했다. '생생'과 '통증'의 조합이라니 병원 이름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싶어 갸웃거릴 때 청년을 비롯하여 몇 사람이 내린 후 아무도 타지 않았다. (p. 112)